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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간호학

간호인문의 기반이 되는 주요 철학사조(2) - 현상학,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현상학

르네상스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자연과학의 실증주의객관주의에 대한 회의로 등장한 대표적인 철학 사조로서 후설에 의해 학문으로 출발하였다. 후설은 "이념의 옷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의 방법인 것을 참된 존재로 여기게 만든다."라고 하였다. 그는 과학주의가 그 사태의 본질을 합당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고 하면서 '사태 그 자체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였다.

현상학은 세계와 다양한 실재적 또는 상상적인 대상의 존재를 세계가 그러한 것으로서 우리에게 나타내고 있는 현상의 본질 구조를 만나고자 하며, 현상학적 방법은 우리의 순수의식에 직접 주어지는 체험을 통해서 사물의 본질을 직관하는 방법이다.

흔히 현상학주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후설은 이 철학을 모든 과학 중에 가장 객관적이고 엄격한 '엄밀학'이라고 주장했다. 후설'의식'에 대하여 강조함으로써 지식이 습득되는 과정과 지식에 대한 초점을 제공했는데, 이를 인식론적 입장이라고 한다면, 후설의 제자인 하이데거는 경험을 의식보다는 존재에 초점을 두는 해석으로 존재론적 입장이라 할 수 있다.

후설이 제공한 토대로부터 구축된 이러한 발전은 철학이나 연구 방법론에서 현상학의 다양한 갈래를 만들어 내도록 하였다.

데리다레비나스, 슈츠 등 현대 유럽의 사상, 사회학, 정신의학을 비롯한 20세기의 과학연구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간호학에서는 왓슨, 파시 등 여러 학자의 이론 기반이 되었고, 연구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존주의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주체적인 존재의 의미를 강조하는 철학 및 문예사조로서 19세기 합리주의적 관념론이나 실증주의반대하여 나타났다. 플라톤 이후 유럽의 철학 사조는 보편적인 '본질'의 규명을 통하여 인간을 이해하려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나, 실존주의는 개인이 처해있는 현실적 세계의 상황 속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현실 존재의 파악에서부터 출발한다. 주체적 관점에서 인간의 완전한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고, 고독, 불안, 절망 등의 한계 조건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 특색이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삶과 죽음의 실재적 의미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직면하면서 존재해 있음에 대한 경이로움의 인식에서 싹이 튼 이 철학 사상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사상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예술의 분야에까지 확대하여 주류를 이루는 사조가 되었다.

어떤 것의 본질이 그것의 일반적 본성을 의미하는 데 대하여, 실존은 그것이 고유한 개별자로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실존은 순수한 인격이기 때문에 자유의 핵심이며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인간일 수 있음은 자신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인간을 고유한 존재로서 스스로 실존의 방식을 선택하는 자유로운 존재로 인식하는 실존주의의 인간관은 간호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파시의 '인간 되어감 이론'에는 이러한 철학이 잘 반영되어 있다. 실존주의의 전통에서는 상처, 질병 등 곤경을 겪어내며 살아가야 하는 대상자들의 생생한 체험은 간호사가 깊이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간호 현상으로 여겨지며, 최근 이에 따른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서구에서 근대 혹은 모던시대라고 하면 18세기 계몽주의로부터 시작된 이성 중심주의 시대를 일컫는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던 계몽사상은 합리적 사고를 중시했으나 20세기에 들어 지나친 객관성의 주장에 대한 비판과 회의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철학 사조의 흐름은 니체, 하이데거의 실존주의를 거친 후, 데리다, 푸코, 리요타르 등에 의해 포스트모던 운동으로 전개되어 여성주의, 흑인 인권운동 등 정치, 과학, 문학, 예술과 삶에 광범위하면서도 깊숙하게 파고든다. 이렇게 20세기 후반에 사회문화적으로 모더니즘의 경향이 지배적이던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 조율을 모두 포괄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한다.
모더니즘의 철학은 보편성, 객관성, 과학주의, 절대 진리추구하고 이성 중심적, 남성 중심적, 주체 중심적 사유 방식이 특징이며, 이러한 중심을 향해 모든 것을 동일화시키거나 전체화시키고 타자를 배제하는 거대 이론체계를 만드는 사유의 경향을 말한다.

> 모든 사람의 인생, 경험, 삶의 의미에 대해 단일한 해답과 설명이 가능한 한 가지의 담론, 즉 메타 내러티브를 추구하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은 체계적으로 구축한 모더니즘의 메타 내러티브를 거부하고 중심적 가치를 해체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주도적인 흐름의 밖에 주변으로 머물고 있거나 경계 밖으로 밀려나 타자화되어 있던 관념들을 찾아내어 그들이 지닌 다양한 가치와 차이부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은 다양한 진리와 실재를 인정하는 다원주의와 상대주의, 소수자와 주변적 지식에 가치를 부여하는 휴머니즘으로 나타나며, 단순한 인식론의 변화가 아니며 본질적인 문화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니즘

여성이 억압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혹은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고자 하는 모든 활동과 그 활동에 기반을 제공하는 철학적 사유를 포괄한다. 페미니즘의 발자취 계몽주의,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실존주의, 정신분석학, 포스트모더니즘 등 시대에 따라 유행하던 학문적 사회적 조류와 더불어 다양한 갈래를 만들며 사회문화 정치 운동, 예술과 지식을 생산해왔다. 페미니즘의 유형을 범주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크게 3가지의 조류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 제1 물결 - 자유주의 여성운동으로 불평등 구조와 여성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를 확인하고 교육, 경제, 정치 등 사회에서 양성평등을 쟁취하려는 운동이다.

 

  • 제2 물결 - 1960~70년대의 급진주의 여성운동, 사회주의 여성운동 등이 포함된다. 정치적 권리뿐 아니라 가족, 섹슈얼리티, 노동의 영역에서의 불평등에 초점을 두는데, 기본적으로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를 가부장 제도의 결과로 보는 입장이다.

 

  • 제3 물결 - 1980년대 이후 백인 여성 지식층을 중심으로 전개된 여성운동에 대한 비판과 성찰로 시작되었다. 메타 담론을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며, 흑인 여성과 제3세계 여성, 어린이 등 각기 배경과 입장이 다른 여성들이 권익을 주장하는 운동이 포함된다.

페미니즘과 간호학의 관계는 페미니즘의 다양한 시각의 변화영향을 받으며 함께 변화해왔다. 20세기 초반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전통적 돌봄을 고수하는 간호학과 잘 조화되지 못했고, 간호학을 '과학'의 위치에 올리는 과제에 몰두했던 20세기 후반 역시 간호학은 페미니즘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포스트모던 시각페미니즘에 반영이 되면서 이들은 간호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